17살 아들을 뼈암으로 먼저 떠나 보낸
홍석환 목사의 『뜻밖의 선물』 중에서
사랑하는 교우들께 드립니다.
어려운 시련을 주신 하늘의 뜻을 불어봅니다. 세상사 하나님의 뜻 안에
있을진대 우연은 없을 것입니다. 홀로 있을 때는 왜 제게 이런 시련을
주셨는지, 어떤 뜻이 담긴 것인지 묻고 또 물어봅니다. 분명 무슨 뜻이
있을 것인데 지금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.
어느 날 현택이가 이렇게 담담히 말해 주었습니다.
"아빠, 하나님이 내게 주신 시간이 16년이면 우리가 아무리 살려 해
도 소용 없는 일이에요. 하지만 이렇게 힘든 일을 주신 데는 뜻이 있고,
저를 통해서 하나님이 이루시려는 큰 뜻이 있다면 어떻게해서든 나을
테니 아빠 너무 염려하 지 마세요. 내가 내 뜻대로 이 세상에 오지 않았
듯,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내 뜻대로기는 것이 아니잖아요. 아빠,
니는 괜찮아요. 걱정 마세요.”
이게 열여섯 살 난 아이의 입에서 나을 소리입니까? 그건 바로 아들
을 통해서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음성이었습니다. 그러고는 이렇게 말
했습니다. “아빠, 제가 아프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인생을 아주 의미 있
게 살 것같아요.“
미리 죽어 오늘을 사는 우리 크리스천의 삶을 실감합니다. 이 어려움
을 통해서 나눔의 신비를 경험합니다. 대가를 바라지 않는 베풂, 판단하
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는 들음, 조건 없는 사랑은 인생의 가장 귀한 사
명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. 모든 인간은 한 형제자매처럼 고통
으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성장해야 할 힘든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
입니다.
고맙습니다. 늘 눈물로 바라봐 주시는 따뜻한 시선, 말하지 않아도
교우들의 마음 다 느낄 수 있습니다. 함께 느껴 주는 마음은 저희에게
큰 위로이며 힘이 됩니다……
앰뷸런스를 타고 소아병원으로 가 밤샘을 하고 아침에 암이라는 진단
을 받고 미친 사람처럼 병원을 헤매고 통곡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, 정
확한 진단을 기다리던 피를 말리는 순간들, 그리고 절망적인 진단의 내
용을 듣고 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피울음만 삼키던 순간들마다 여
러분의 간절한 기도를 생각하며 잘 견뎌 내고 있습니다. 요즘은 광야에
서 만나를 매일 받아먹은 이스라엘 백성과 비슷합니다. 하루하루 가능
한 방법을 찾아 가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. 하나씩 한
걸음씩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.
아침에 현택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나뭇가지로 비쳐 오는
햇살이 그렇게 아름답고 고마울 수 없었습니다. 살아 있음의 신비와 은
총입니다. 예전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입니다.